현대 사회의 복잡한 윤리적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은 무엇일까요? 마사 누스바움의 사상을 통해 정의와 윤리의 본질을 이해하고, 실천적 지혜와 상상력을 기르는 방법을 배우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길을 모색해 보겠습니다.
예술과 공감으로 도덕적 사고를 갖추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직면한 윤리적 딜레마들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과 세계화로 인해 전통적인 가치와 규범만으로는 새로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사 누스바움의 사상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현대 사회의 윤리적 딜레마
누스바움은 고대 그리스 철학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덕윤리를 계승하여 인간다운 삶과 번영을 위한 핵심 능력들을 제시합니다. 건강, 지성, 감정, 실존, 통제, 환경에 대한 관심 등이 그것입니다. 이를 실현하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면, 그들의 기본적인 역량이 제약받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정의로운 사회에서 소외되는 것이지요. 이처럼 누스바움은 모든 구성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본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정의의 출발점이라고 역설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 같은 보편적 가치를 무조건적으로 강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문화적 다양성과 역사적 차이를 존중할 것을 강조합니다. 완전한 객관성과 불편부당성은 있을 수 없으며, 개별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실천적 지혜
여기서 누스바움이 제안하는 방법론이 바로 '실천적 지혜(phronesis)'입니다. 구체적 상황 속에서 이성과 감정을 통해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감과 상상력이 필수적입니다.
가령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임신부 교통사고 사례를 생각해 봅시다.
의사가 임신부와 태아 중 한 명만 살릴 수밖 있다면 누구를 살려야 할까요? 이에 대한 판단은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의사가 객관적 원리와 법적 기준만으로는 해답을 구하기 어렵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상상력을 통한 공감능력입니다.
의사는 당사자들이 처한 처지와 심정을 공감하고 상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고통과 아픔에 동참하여 숙고한 끝에 가장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누스바움이 강조하는 '실천적 지혜'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공감과 상상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문학과 예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누스바움은 이를 '서사적 상상력'이라고 부릅니다.
소설, 연극, 영화 등을 통해 인물들의 삶과 갈등, 고민을 간접 체험하면서 우리는 공감 능력을 기르게 되는 것입니다. 작품 속 인물의 심리와 상황에 동화되면서 타자의 입장에 서보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죠.
대표적인 예로 누스바움은 영화 '아무르'는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직면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병이 악화되어 점점 쇠약해지는 안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지만, 남편 조르주는 그녀를 곁에서 지지하고 위로하며 죽음을 받아들이도록 도와줍니다.
특히, 안느가 죽음을 앞두고 조르주에게 "내가 죽으면 널 잊을까 봐 두렵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삶에 대한 애착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죽음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는 개인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국가와 제도가 개인의 역량 실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보장해야 합니다. 취약계층의 기본권 보호, 교육 기회 제공, 문화예술 진흥 등이 필수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마사 누스바움은 보편성과 특수성, 이론과 실천을 아우르는 독특한 철학을 펼쳐냅니다. 인간의 존엄성 실현이라는 대의를 추구하면서도, 문화적 다양성과 개별 상황의 맥락을 중시합니다. 추상적 이론의 현실 적용을 위해 실천적 지혜를 강조하며, 예술과 공감의 힘을 활용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녀의 사상이 말해주듯 정의로운 사회는 개인과 국가, 제도가 유기적으로 노력할 때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철학적 식견과 인간애, 창의적 상상력을 갖추어 구체적 상황 속에서 실천해 나갈 때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